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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주가를 움직이게 할까요? 장기 투자는 항상 정답일까요? 워런 버핏이나 존 리 대표처럼 그저 주식을 사서 묻어두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20년 동안 삼성전자가 몇십 배 올랐다는데, 그냥 묻어두는 게 답일까요?

 

글쎄요...

 

주식을 오래 보유했을 때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복리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1%씩만 오른다고 해도 1달 수익률은 1.01을 20번 곱한 셈이 됩니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서 엄청난 수익률이 나오게 됩니다. 워런 버핏도 자신의 재산의 대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얻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50대가 넘어서 제법 큰돈이 되기 시작했고, 다시 어렸을 때로 돌아간다면 5살 이전에 주식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꾸준히 오르는 우량 주식"을 샀을 경우입니다. 문제는 어떤 주식이 우량주인가하는 겁니다. 워런 버핏은 길가에 병뚜껑을 보고, 그리고 아내가 사 온 식료품 품목을 보고 잘 나가는 회사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에 오랫동안 투자를 했습니다. 그는 "매출이 좋은 회사"를 우량 기업의 기준으로 삼았고, 본인이 모르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워렌 버핏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살던 시기는 1) 전후 경제도 성장하고, 주식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던 시기였고, 2) 전통 산업 중심, 3) 산업의 전환 속도가 빠르지 않았습니다. 유행이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 매출이 잘 나오는 회사가 앞으로도 매출이 잘 나오고, 잘 나가는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저성장이 뉴 노멀이 되었고,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며, 산업 변동이 심해서 주가가 오랫동안(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오르는 기업도 찾기 어렵습니다.

 

10년 전인 2010년의 한국 상황과 비교해보겠습니다. 2010년, 코스피 시총 10위권 기업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현대모비스, LG 화학, 신한지주, KB금융, 삼성생명, 기아차, 한국 전력이었습니다. 이 중에도 2020년에 시총 10위권에 남아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LG 화학 3개사 뿐입니다. 나머지 기업들은 여전히 시총 30위권에 있지만 순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삼바, 네이버, 카카오 등 헬스, 인터넷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10년전에 시총 1위 삼성전자를 샀다면 지금도 많은 수익을 얻었겠지만 오히려 네이버나 카카오를 샀다면 더 큰 수익을 얻었을 겁니다. 그리고 한전이나 포스코를 샀다면 낭패를 봤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기사][코스피 시총 50위 10년간 결과는] '묻지마 장투'의 비극? ...주가 오른 종목은 20%뿐(서울경제, 2020.05.15)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무엇이 우량 기업일까요? 주식은 얼마나 오랫동안 들고 있어야 할까요?

 

1. 성장 산업을 찾아라.

일단 주가는 성적이 좋다고 주는 표창장이나 장학금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기상이나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장려상에 가깝습니다. 지금 실적이 좋은 회사보다는 앞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 같은 회사가 주가가 빨리 오릅니다.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입니다. 주당 1500달러를 넘어서 "out of this world" 수준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테슬라는 실적면으로 보면 아직 초라합니다. 출고 물량은 30만 대도 되지 않고, 사실 전기차 생산 능력은 현대차가 훨씬 월등합니다. 그럼에도 테슬라 주가는 왜 미친 듯이 뛸까요? 그건 사람들이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실적이 좋은 회사는 주가가 충분히 올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실적이 발표되면 이익을 실현하는 움직임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회사는 주가가 빨리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기사]"도요타 제친 테슬라, 주가 과열?…기존상식으로 접근하면 낭패"(매일경제, 2020.07.19)

 

현대차(005380) 10년

 

한국의 대표기업 현대차(005380) 주가입니다. 2012년에 비해서 현재 반토막 수준입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실적이 반토막 난 건 아닙니다. 전기차 생산 능력도 월등합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성장세를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겁니다.

 

카카오(035720) 10년

 

카카오는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기술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작년에 대규모 영업비용 발생으로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은 10년전에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에는 바이오, 제약, 인터넷 기업들이 주가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산업을 찾지 않고, "묻지마 장투"를 할 경우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참고기사]10년 전 ‘차화정’처럼 ‘BBIG’가 뛴다…증시 쏠림 가속화(중앙일보, 2020.07.12)

2. 국가 기간 산업, 독점기업, 필수 기업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어도 이 회사는 망하진 않겠지, 이 회사는 독점기업이니까, 이 회사 없으면 안 되니까... 란 이유로 회사 주식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독점 기업, 기간산업 기업들은 적어도 "망할" 우려는 없습니다. 망할 것 같으면 공적자금이 투입되지요. 하지만 그것이 주가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망하지 않지만 주가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국가가 주가까지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한국전력은 대한민국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독점기업입니다. 태양광 및 기타 대체 에너지 제공 회사가 있지만 한국 전력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냥 독점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전의 주식은 산업은행이 33%, 대한민국 정부가 18%를 갖고 있어 공적 부분이 50%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가진 8%까지 더하면 그냥 정부기관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절대 망할 리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다릅니다.

 

한국전력(015760) 10년

 

 

문재인 정권 출점 이후로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서 현재는 1/3토막이 났습니다. 이는 현 정권의 대체 에너지 정책 및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전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이 회사가 앞으로 수익이 좋아질지를 보고 주가를 결정합니다. 현 정권의 정책상 전기세를 올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원가를 낮게 조정하지도 못하니 수익성은 계속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한전은 망하지 않겠지만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전 주주는 망하게 되겠지요.

 

[참고기사]국민株라던 '한국전력' 어쩌다가 개미들 무덤됐나(한국경제, 2020.07.23)

3. 저평가 가치주 투자의 맹점

저평가 가치주 투자는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가치주를 발굴해 보유하고 있다가 "나중에" 그 회사가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으면 수익을 올리는 겁니다. 

 

회사가 재무구조도 탄탄하고, 매출도 좋고, 계속 흑자가 나고, 배당도 꼬박꼬박 주는데, 주가가 낮다...??? 발견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그리고 "곧"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더욱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 주식이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정당한 가치를 알게 되는 "나중"은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물론 9.11이나 코로나 사태같은 "특별한" 사건 때문에 일시적으로 패닉 셀(panic sell)이 발생한다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많이 빠져서 per가 낮아지고, 저평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곧" 회복될 수 있으니 얼른 사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건 없이 지속적으로 주가가 낮아진다면? 주가가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펀더멘탈 뿐 아니라 수급 요건도 고려해야 합니다.

 

주가가 낮다는 건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인기가 없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주식 중 하나도 그렇습니다. 재무구조도 탄탄고, 매출도 나쁘지 않고, 필수 산업이고, 흑자 꾸준히 나고, 배당도 꾸준히 줍니다. 그런데 주가가 계속 떨어집니다. 배당은 매년 일정한데 주가가 떨어지니 시가배당률이 높아져서 배당주라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가가 배당금보다 더 떨어지면 손해인데요.

 

왜 이럴까요? 이 회사는 차화정 산업이 잘되면, 즉 제조업이 잘되어야 더불어 잘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최근 저성장 기조로 차화정 기업들이 실적이 안좋아서 이 회사도 덩달아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지만 제조업이 잘되면 훨씬 "더 많이"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가 언제 돌아설지, 차화정 기업들은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그게 언제일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이 회사 주식을 사서 묵히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런 장투가 과연 좋은 방법일까 싶습니다. 차라리 산업이 다시 일어서기 시작할 때에 조금 비싸게 주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위에서 살펴본 모든 사례가 "산업 변화"에 관련된 것입니다. 산업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면 장투는 오히려 망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의 기간도 산업 변화에 따라 조정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처럼 10년 이상이 장기 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2년만 갖고 있어도 장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의 변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따라가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다 몰라도 20년전에 삼성전자를 사서 100배 수익을 얻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주식을 사서 묻었더니 장땡이다라고 말하겠죠. 하지만 그분들은 "운"이 좋았을 따름입니다. 삼성이 꾸준히 열심히 수익을 내는 것에 올라탔을 뿐입니다. 시총 1위는 불변의 자리가 아닙니다.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이나 저나 모두 대주주가 되어서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게 아니고, 그저 수익을 얻기를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적당히 갖고 있다가 적당한 순간에 팔려면 항상 시장을 주시해야 합니다. 적어도 큰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 글은 사실만을 쓰려고 노력하며, 특정 종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예. 시장 개시 시간, 상하한 금액 기준, 증거금 기준 등)과 회계기준에 변동에 따라 변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며, 2020년 7월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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