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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이 주가를 결정하는가.

1) 수요와 공급

주식은 신기한 상품입니다. 그 자체만을 갖고는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현금처럼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결권이 있긴 하지만 대주주가 아닌 거의 대부분의 개미들에게는 큰 효용을 주지 않습니다. 즉,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는 보유로 인한 편익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물론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배당에 인색한 기업이 많아서 배당으로 큰 이익을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식으로 수익을 거두려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거래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결국 현재 주가가 싼 지 비싼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주가는 주식의 가격입니다. 완전 경쟁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가격은 다른 제약이 없다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됩니다. 따라서 주가를 보려면 결국 주식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먼저 공급을 살펴 봅시다. 다른 재화와 달리 주식의 공급은 제한적입니다. 회사마다 발행할 수 있는 주식수가 미리 정해져 있고 기업은 그중에서 일부를 발행하지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는 그것보다 한참 적습니다.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보유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장에 공급되는 주식의 수는 제한적이고, 물량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증자, 신주 발행 등이 없다면 공급 자체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나마도 기존 주주가 주식을 매도하고자 할 때는 "주식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또는 "보유로 인한 이익이 없다"라고 판단할 경우입니다.

 

반면 수요는 무한대입니다. 그렇다면 주식의 가격은 공급보다는 수요가 좌우하는 측면이 크게 됩니다. 그럼 무엇이 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것은 사업의 성장성일수도 있고, 기업 실적에 못 미치는 현재 주가 상황일 수도 있고, 국가 정책에 혜택을 받는 경우이거나, 거시 경제의 변화에 따른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딱히 다른 이유는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니까 가격이 오를 것이다라는 판단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대"를 형성하는 요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f(D)={실적에 대한 기대, 정책 수혜 기대, 저평가, 미국 상황, 뇌동 수요 등}

 

2) 기대 형성에 미치는 요인

물건이 잘 팔리든, 정책 혜택을 받게 되든, 미국 경제의 영향을 받게 되든 결국 대부분의 주가에 대한 기대는 어떤 "뉴스"에 의해 형성됩니다. 저평가에 대한 고려는 재무제표만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는 과거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뉴스(그것이 기업 내부에서 발표한 것이든, 외부 상황이든)로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뉴스를 봐야합니다.

 

기업 내부의 요인으로는 실적 개선, 즉 매출 증가, 신사업 진출, M&A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에 주가가 상승하고, 실제적으로 실적이 발표되고 난 다음에는 이미 차익을 실현하고 난 후라 조정이 이루어지는 시기일 수 있습니다.

 

기업 외부의 요인으로는 정책 효과, 법령 개정, 지정학적 요인(북한, 전쟁, 기후변화 등) 등이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뉴스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

1) 지정학적 요인(북한 관련 뉴스)

한국은 지정학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나라입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중, 일, 러의 강국과 인접해 있어,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형국입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라는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가 자체의 위험도도 높고, 사실상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 및 경제는 북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반사 이익을 얻는 곳이 방산주(방위산업)입니다. 대표적인 회사로 빅텍(065450)이 있습니다. 전자전 방향탐지 기술 관련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빅텍(065450) 3개월

빅텍의 주가는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이 폭언을 쏟아낸 6월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북한이 개성의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다음에는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즉,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무기가 필요할 것이고, 그럼 방위산업의 매출이 좋아질 것으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기 때문에 주가는 단기에 반응하고, 곧 빠지게 되었습니다.

 

[참고기사]10거래일만에 3배 뛴 빅텍, 방위산업 테마의 진실은(한국경제, 2020.06.21)

 

2) 실적에 대한 기대

2020년, 전 세계에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마스크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종이 마스크, 방호복 등을 만든 의료용품 제조 회사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케이엠(083550)이 있습니다. 원래는 반도체 클린룸에 사용하는 방진복을 만드는 회사인데, 마스크와 의료용 방호복까지 생산하면서 코로나 주로 수혜를 입었습니다.

 

케이엠(083550) 1년

코로나 1차 대유행이 시작된 1월 말-2월 초에 크게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이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할 때마다 주가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5월에는 조달청에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면서 주가가 다시 상승했고, 2020년 1분기에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하자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유행으로 이 회사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 사람들이 주식을 많이 샀습니다.

 

[참고기사]하나금융투자 "케이엠, 1분기 마스크·방호복 매출 전년비 2배 이상"(헤럴드경제, 2020.04.15)

 

3) 정책 수혜

국가에서 보조금을 받거나 어떤 법이 통과되어 수혜를 입는다면 드물지만 큰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삼천리자전거(024950)를 살펴봅시다.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로 최근에는 전기 자전거도 출시했습니다. 

삼천리자전거(024950) 1년

20대 국회 마지막 의결에서 도로교통법이 일부 개정되었습니다. 그동안 원동기 면허가 필요했고, 도로에서만 탈 수 있었던 전동 킥보드를 개인용 이동장치로 규정해 자전거 도로에서도 면허 없이 탈 수 있게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자전거 도로 이용이 많아지고, 개인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 수요가 많아지고, 자전거 도로 정비도 활발해질 것이다라는 기대로 인해 5월 말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4) 경영권 분쟁

일반적으로 어떤 회사에서 경영권 분쟁이 나면 회사 주가가 떨어집니다. 경영진들이 회사를 키우기보다 빼앗기에 골몰하면 회사 꼴이 어떻게 돌아가겠습니까.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대체로 이미 업무시스템이 잘 구축된 대기업의 경우 경영 분쟁이 일어나도 일상 업무는 통상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다르겠지만요. 그리고 대주주 보유 비중이 아주 높아서 약간의 주식 확보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경우,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예전에 남광토건이 그랬고, 최근에는 한진칼(180640)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진칼은 국내 1위 항공회사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입니다. 즉, 한진칼을 지배하는 자가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겁니다. 따라서 한진칼은 조양호 전 회장이 있을 때부터 사모펀드인 KCGI로부터 경영체질 개선에 대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회장이 살아있을 때는 그 위협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9년 전회장이 급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3남매(조현아, 원태, 현민)가 지분을 상속하면서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했는데,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 때문에 현직에서 물러나 있던 이들에게는 상속세 부담이 컸습니다. 게다가 장남이 누나(조현아)를 경영에서 배제하면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현재 조원태와 조현아(조현아, KCGI, 반도건설 등 주주 연합)로 나뉘어 경영권 분쟁 중입니다. 

 

한진칼우(18064K) 3년

우선 시총이 가볍고, 이슈에 빠르게 반응하는 우선주(18064K)를 살펴봅니다. 2019년 4월, 조양호 회장이 급사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자녀들 간에 지분 분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세명이 비슷하게 지분을 나눠가지면서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2019년 12월,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에 조 씨 일가는 물건을 때려 부수며 싸움을 했습니다. 이는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진칼 우선주는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3월 정기 주총 등 이슈가 있을 때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참고기사]조원태 회장 '소동'…한진家 운명 3월 주총서 판가름(노컷뉴스, 2019.12.29)

 

반면 한진칼의 경우 이슈 자체에 반응하기보다 실제적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했을 때 주가가 많이 뛰었습니다. 3월 주총 이전에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인 델카가 지분 매집을 할 때와 3자 연합이 주식을 사기 시작한 4월에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한진칼(180640) 3년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했고, 아직 임시주총 이슈도 남아있어 경영권을 둘러싼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봅니다.

 

5) 과도한 기대 형성

때로는 실제에 비해 과도하게 기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미 실적과 상관없는 뉴스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든지 부화뇌동하여 매수세가 발생한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바른손이앤에이(035620) 1년

 

바른손(018700) 1년

 

먼저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035620)와 그 회사의 지분을 가진 바른손(018700)의 주가 움직임입니다. 아카데미에서의 쾌거가 전해진 2월 7일 이후로 양사 모두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실제로 영화를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보다 바른손의 주가가 더 크게 상승한 것입니다. 이때 바른손은 5 연상을 하게 되어 주가가 3배 이상 폭등하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것은 분명 좋은 뉴스이고, 추후에 제작비를 조달할 때 유리한 조건이 되겠지만 다른 재화와 달리 영화는 시상 당시에는 이미 수익을 상당 부분 회수한 이후이기에 이번 상승은 실적 개선이나 다른 합리적인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과도한 기대로 수요 급등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삼성중공우(010145) 3개월

마찬가지로 과도한 기대가 형성된 것이 삼성중공업 우선주(010145)입니다. 5월 말 경에 국내 조선 3사가 LNG 선을 수주했다는 좋은 뉴스가 들렸습니다. 꽤 오랫동안 조선업계가 수주 소식이 없어 고사 직전이었고, 중동에서 LNG선을 수주하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희망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10 연상은 쉽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무려 10 연상을 하면서 20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이는 실적 개선 기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 보통주는 6천 원대 주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해결을 위해 유동성이 증가한 장세에서 호재에 과도하게 반응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주가에 영향을 주는 뉴스는 많습니다. 주로 주가가 상승하는 뉴스만 정리했지만 주가를 떨어뜨리는 뉴스도 많습니다. 또한 생필품에 가까운 재화일수록 작은 뉴스에는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에게는 호재가 다른 기업에게는 악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뉴스의 가치를 따지고,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뉴스를 자주, 꼼꼼히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사실만을 쓰려고 노력하며, 특정 종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예. 시장 개시 시간, 상하한 금액 기준, 증거금 기준 등)과 회계기준에 변동에 따라 변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며, 2020년 7월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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